코로나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 2020.05.08 13:46
에디터초이스
세네카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삶에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말이 빠르고 익숙하게 자리잡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은 우리의 생활 습관이나 국가 단위의 정책적 변화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언어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소설가 캐런 러셀(Karen Russell)은 <더 뉴요커>에 기고한 글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떻게 우리의 말을 감염시키는가>에서 ‘언어 감염’을 언급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의해 단어가 급속하게 기묘한 방식으로 결합하거나 신조어가 탄생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질병 감염과 병행하는 언어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각별한 주의’처럼 한 문장 안에서 같이 쓰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단어들이 지난 일월을 기점으로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이 단어들은 눈에서 정신으로, 귀에서 입으로, 핸드폰 화면과 텔레비전을 통해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 격리’,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많은 단어는 몇십 년 혹은 몇백 년 전부터 존재했으나 세계적 유행병이 도래한 지금은 새로운 맥락 안에서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캐나다 언어 학자 그레첸 맥컬로치(Gretchen McCulloch)는 그 예로 ‘페이스 마스크’(face mask)’를 들었다. 몇 달 전만 해도 페이스 마스크는 미용 목적의 피부 관리 제품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현재는 전염을 막기 위해 코와 입을 가리는 보호구를 상기시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물리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물리적 거리두기’는 원거리에서 안전한 사회적 교류를 권장하는 동시에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목표를 더욱 정확히 명시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도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줌 화상 회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 되었다. 해학적인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회가 거리두기’라는 표현 사이에서 기발한 언어 유희를 즐기기도 한다. 언젠가 우리 사회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해도 비가역적인 언어 변화는 계속되어 ‘사회적 밀접하기’, ‘2m 이내 유지하기’라는 말이 일상을 묘사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
출처 : 뉴욕타임즈 “Our Ever-Expanding Virus Vernacular”, Kate Mooney, May 5, 2020